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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여름, 캄보디아에서 실종됐던 한국인 대학생이 사망한 채 발견되며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단순한 여행 중 사고가 아니라, 불법 리크루팅 조직과 해외 취업 사기 구조가 얽혀 있는 정황이 드러나며 경찰과 외교당국이 긴급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번 사건은 ‘캄보디아 취업 사기’라는 익숙한 범죄 수법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사건의 경과, 불법 리크루팅 조직의 구조, 그리고 정부의 대응 방향을 심층 분석합니다.
캄보디아에서 발견된 대학생의 비극적 최후
지난 8월, 경북 예천 출신의 대학생 B씨(22)가 캄보디아 캄폿주 보고산 지역의 숙소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이 지역은 최근 수년간 취업 사기와 감금 사건이 다수 발생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지 경찰은 “B씨의 사망 원인은 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에 따른 심장마비 가능성이 높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7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B씨는 가족에게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 뒤, 한국계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B씨가 사고를 냈으니 5000만 원을 보내야 한다”라고 협박했습니다. 이후 연락이 끊겼고, 두 주 뒤 B씨는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입니다.
B씨의 사망 소식은 단순한 개인 사건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현지에서는 최근 몇 년간 ‘고수익 해외 취업’을 미끼로 한국인들을 불법 감금하거나 강제노동에 투입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SNS 광고나 구직 사이트를 통해 “캄보디아 IT 회사에서 근무하면 월 600만 원 보장” 등의 제안을 받고 현지로 떠났다가, 여권을 빼앗기고 폭행·갈취를 당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B씨가 발견된 보고산 일대 역시 불법 온라인 도박 서버나 보이스피싱 콜센터가 밀집한 지역으로, 한국·중국계 범죄조직이 결탁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법 리크루팅 조직의 구조와 신종 수법
B씨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것은 단순한 해외 범죄가 아닙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통해 국내 인력 모집책–해외 인신매매 조직–자금 세탁 중개인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를 확인했습니다. 조직은 국내에서 ‘고소득 IT 아르바이트’, ‘디지털 마케팅 직무’ 등의 이름으로 20~30대 청년을 모집합니다. 이들은 정식 취업비자가 아닌 관광비자로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등지로 이동합니다. 현지에 도착하면 여권이 압수되고, 통신이 차단된 상태에서 보이스피싱, 가상화폐 불법 거래, 온라인 도박 운영 업무에 강제로 투입됩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국내 모집책 1명을 구속했고, 인터폴(Interpol)을 통해 해외 공조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SNS 알고리즘을 이용한 리크루팅 수법입니다. 조직은 구직자 검색 데이터를 분석해 ‘취업’, ‘디지털노매드’, ‘자유직장인’ 등의 키워드를 검색한 사람에게 맞춤형 광고를 노출시킵니다. 광고 클릭 후 메신저로 연결되면, ‘비자 대행’, ‘숙소 제공’, ‘생활비 선지급’ 등의 조건을 내걸며 심리적 안정감을 유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여권 사본과 개인정보를 확보해 인신매매나 불법금융에 악용합니다. 캄보디아 현지 한 NGO 관계자는 “피해자 대부분이 대학생이나 취준생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미래 불안 때문에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채 현지로 향한다”며 “이제는 전통적 범죄가 아닌 디지털 기반의 글로벌 리크루팅 범죄로 진화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부와 사회의 대응, 그리고 남은 과제
이번 사건은 한국 정부가 해외 불법 인력 알선 및 취업 사기 대응체계의 허점을 점검할 계기가 되었습니다. 외교부는 즉각 캄보디아 경찰과 합동조사팀을 구성했으며,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가 현지 부검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근본은 단순한 범죄 단속이 아니라, 청년층의 구조적 취업난과 정보 취약성에 있습니다. 취업난 속에서 ‘해외 고수익 일자리’는 매력적인 탈출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법 인신매매나 사이버 범죄 노동력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는 현재 해외 취업 알선 사이트에 대한 전수조사를 예고했습니다. 또한 국내 포털사이트·SNS와 협력해 “불법 해외 취업 광고 자동 차단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경찰청은 범정부 차원의 “해외 리크루팅 범죄 수사 TF”를 신설해, 국내 모집책과 자금 세탁 경로를 동시에 추적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단순한 해외 범죄 대응이 아니라, 청년 대상 사기 예방 교육과 국제 공조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합니다. 특히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한국 청년들의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대사관 내 긴급 보호 핫라인’을 24시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B씨의 유족은 “아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나간 해외 취업이 이렇게 돌아올 줄 몰랐다”며 “다시는 이런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해외 리크루팅 범죄와 청년 취업 불평등의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드러낸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캄보디아 대학생 사망 사건은 단순한 해외 사고가 아닙니다. 불법 리크루팅, 인신매매, 사이버 범죄 노동력 착취라는 글로벌 범죄의 실체가 드러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해외 취업은 무조건적인 기회가 아닙니다. 정부는 물론, 개인도 ‘비자·근로계약·기업 정보’를 꼼꼼히 확인해야 하며, 의심스러운 제안은 즉시 외교부 해외안전여행센터에 신고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이 계기가 되어, 청년들이 안전하게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강화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