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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쓰레기 종량제 제도는 1995년 전격 시행된 이후 생활폐기물 감축과 재활용률 제고에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 제도는 가정과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배출할 때 쓰레기 양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배출자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부여하고, 쓰레기 배출량 자체를 줄이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 결과 제도 도입 초기와 비교해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눈에 띄게 감소했고, 재활용률은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종량제 봉투 속에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섞여 들어가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제도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과 10년 전만 해도 종량제 봉투 내 재활용 쓰레기 비중은 30%대였으나, 최근에는 무려 60%대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리배출 정책의 의미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며, 쓰레기 처리 비용과 환경 부담을 동시에 악화시키는 중대한 문제로 지적된다.
종량제 봉투 속 재활용 쓰레기 증가 원인
종량제 봉투 안에는 다양한 재활용 가능 품목이 뒤섞여 발견된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플라스틱 배달 용기, 일회용 컵, 종이팩, 비닐봉지, 생수병, 캔 등이다. 이들은 원래 별도의 재활용 전용 수거함에 배출해야 하는 품목들이지만, 많은 시민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 소각이나 매립으로 처리되어 자원순환 체계가 심각하게 훼손된다. 단순히 개인의 불편 때문만은 아니다. 일부 주거 형태에서는 분리수거함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거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주민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배달·포장 음식 소비가 급증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배달 서비스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량이 급증했는데, 이를 세척하고 분리하는 과정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종량제 봉투에 그대로 버리는 사례가 늘었다. 또한 배출 시간제한이나 재활용 세척 문제, 일부 지역에서 미흡한 재활용품 수거 시스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분리배출 회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이 밖에도 잘못된 인식도 문제다. 많은 이들이 “어차피 분리해도 다 태운다”라는 오해를 하고 있거나, “조금 섞어 버려도 괜찮다”는 안일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며, 실제로 분리배출 여부에 따라 재활용 효율과 비용 절감 효과는 극명하게 갈린다.
분리배출 정책의 의미와 한계
종량제 제도는 지난 30년간 생활 쓰레기 정책의 근간을 이루며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왔다. 제도가 시행되면서 국민들에게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 잡았고, 재활용률 또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최근 통계가 보여주듯 분리배출의 의미가 점점 약화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종량제 봉투 안에 재활용품이 섞여 버려질 경우, 재활용 효율은 급감하며 전체 쓰레기 처리 비용은 크게 증가한다.
재활용품이 섞인 쓰레기는 소각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매립 과정에서는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재활용품과 일반 쓰레기를 일일이 다시 분류해야 하는 노동력과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곧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주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결국 ‘배출자 부담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특히 도시지역에서는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매립지 부족 문제와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수도권 매립지의 수용 한계가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분리배출 정책이 실효성을 잃게 되면 국가 전체의 쓰레기 처리 대책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해결 방안과 대책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 의식 개선을 넘어 제도적 보완과 기술적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 첫째, 종량제 봉투 가격 현실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봉투 가격은 제도 도입 초기와 비교해 물가 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쓰레기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봉투 가격을 합리적으로 인상하면 배출자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으며, 동시에 재활용품 분리배출 의무를 강화할 수 있다.
둘째, 재활용품 분리배출 시스템의 편의성을 강화해야 한다. 아파트 단지뿐만 아니라 빌라, 단독주택 등에서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리수거 시설을 마련해야 하며, 품목별로 효율적인 수거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투명 페트병 전용 배출제와 같은 세분화된 정책을 더 확대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재활용 쓰레기를 제대로 세척하지 않고 배출하면 회수 자체가 불가능해지므로, 이를 안내하는 홍보·교육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최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AI 기반 자동 분리 기술, 스마트 쓰레기통, RFID 태그를 활용한 쓰레기 추적 시스템 등을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분리배출 정확성을 높이고, 쓰레기 처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스마트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재활용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넷째,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중소규모 공동주택이나 상가 밀집지역은 재활용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과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EPR)’를 강화해, 제조 단계부터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우리나라 종량제 제도는 지난 30년 동안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확대에 큰 성과를 거둔 정책이다. 그러나 최근 종량제 봉투 속 재활용 쓰레기 비율이 급증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쓰레기 처리 비용 증가 문제를 넘어, 환경오염과 자원순환 사회 실현이라는 국가적 과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제는 분리배출에 대한 단순한 홍보를 넘어, 제도적 보완, 봉투 가격 현실화, 인프라 확충, 첨단 기술 도입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쓰레기 문제는 환경과 경제, 그리고 미래 세대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사회 전체가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종량제 제도가 다시 본래의 목적을 되살리려면 지금 이 순간부터 근본적인 변화와 실질적인 행동이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