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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폭우 피해 속 반구대암각화 침수 (문화재위기, 보존대책, 기후문제)

by 조각지기 2025.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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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각화 모습

 

2025년 7월 중순, 울산 지역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호우가 이어지며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집중호우로 국보 제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다시 물에 잠기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문화재 보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울산 폭우의 피해 상황, 반구대 암각화 침수 실태, 문화재 보존 대책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기후 위기 시대 문화유산 보호의 방향성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겠습니다.

기록적 폭우, 울산 전역 피해 속출

2025년 7월 15일부터 울산 지역에는 시간당 최대 70mm를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누적 강수량이 500mm를 돌파하면서 주택 침수, 산사태, 교통 통제 등 도시 전역에서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중구와 울주군 일부 지역은 하천 범람으로 주거지가 물에 잠기고, 차량이 떠내려가는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특히 울주군 두동면 일대의 태화강 상류는 수위 상승이 빠르게 진행돼 반구대암각화가 위치한 대곡천 일대가 완전히 침수되었습니다. 대곡천 수위는 암각화가 조각된 암반을 완전히 덮을 정도로 올라가, 암각화 전면이 물속에 잠기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폭우는 지형적 특성과 태풍 전선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며, 울산시 측은 “100년 빈도의 강우”라며 자연재해 수준의 위기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자연재해 그 자체보다 문화재와 생태환경에 대한 구조적 대비가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반구대 암각화, 반복되는 침수와 훼손 우려

반구대암각화는 기원전 6000년경의 선사시대 사람들이 고래, 사슴, 호랑이, 작살 등을 암벽에 새긴 우리나라 최고·최대 규모의 암각화입니다. 1971년 발견된 이후 국보 제285호로 지정됐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도 등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반구대암각화는 매년 여름철 집중호우 때마다 물에 잠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암각화가 위치한 대곡천 일대는 울산시민의 상수도 공급을 위한 사연댐의 영향으로 평소 수위가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호우 시에는 범람 수준까지 도달해 암벽에 새겨진 고대 유물이 실질적으로 수몰되는 상황입니다.

이번 7월 중순의 집중호우로 인해 암각화 전면이 2~3일 이상 수몰되었고, 전문가들은 “반복적인 침수는 암반의 박리와 조각의 탈락을 야기할 수 있다”며 긴급 보호 조치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암각화가 새겨진 암석은 규암질로, 물에 장기간 노출되면 이끼, 조류, 부식물 등이 번식하면서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고 표면 훼손을 가속화시킵니다.

사실 반구대암각화 보호 대책은 수년 전부터 논의되어 왔지만, 물막이 구조물 설치 여부, 상수원 이전 문제, 환경단체 반발 등으로 2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해왔습니다. 문화재청, 울산시, 환경부, 시민단체 간의 입장 차이가 여전한 가운데, 이번 사태는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사회적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문화재 보존과 기후위기 시대의 과제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닌, 현재 문화재 보존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기록적 호우’, ‘장마의 열대화’, ‘극단적 강수’와 같은 이상기후 현상은 과거보다 자주, 그리고 더 심각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야외 문화유산은 직접적인 침수 및 풍화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반구대암각화처럼 하천변 또는 자연환경 내에 위치한 문화재는 이러한 변화에 더욱 취약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문화재 보존 행정은 여전히 실내 유물 중심, 단기적 응급 복구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자연환경 속 문화재에 대한 구조적 대책이 미비합니다.

울산시는 최근 “암각화 보호를 위한 수위 조절 방안과 생태보전을 병행할 수 있는 융합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예산 확보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수원 이전과 유적지 이전이라는 극단적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해외의 경우, 이탈리아의 폼페이 유적지, 프랑스 몽생미셸 등이 기후 변화에 대응한 문화재 보호 설계를 적용 중이며, 우리나라도 기술과 정책을 동원한 예방 중심 문화재 보호 시스템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울산 지역의 폭우 피해는 단순한 도시 인프라 문제가 아닌, 수천 년을 이어온 문화유산의 생존과 직결된 위기입니다. 반구대암각화는 그 자체로 인류의 예술과 사냥, 신앙을 기록한 유산이며, 더 이상 침수와 훼손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행정기관과 시민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문화재 보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늦기 전에, 우리는 이 유산을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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