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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다가오면 거리 곳곳에서 붕어빵 굽는 냄새가 퍼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붕어빵 노점이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이 겹치면서 ‘국민 간식’으로 불리던 붕어빵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붕어빵 가격 인상 배경, 자영업자들의 현실, 그리고 전통 간식 산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한 대안을 심층 분석합니다.

붕어빵의 실종, 거리에서 사라진 국민 간식
서울 강북·도봉·성북 일대 붕어빵 노점의 70% 이상이 올해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붕어빵 노점 위치를 알려주는 ‘붕어빵 지도’ 앱에 따르면, 한때 15곳 중 12곳이 영업 중이던 지역도 현재는 3곳만 남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 변화가 아니라 원가 부담과 인력난의 복합적 결과입니다. 붕어빵의 재료인 밀가루·팥·설탕 가격이 2년 연속 급등한 데다, 유가와 전기세까지 오르면서 영세 상인들이 감당해야 할 고정비가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붕어빵의 핵심 재료인 팥은 2025년 기준 500g당 1만 3893원으로 지난해보다 34.9% 상승했습니다. 밀가루 가격 역시 2022년 이후 두 배 가까이 올랐으며,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재료 부담이 더 커졌습니다. 노점상들은 "팥이랑 밀가루 값이 오르는데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 남는 게 없다"라고 토로합니다. 기존에는 2개에 1000원이던 붕어빵이 현재는 2개 2000원까지 오른 곳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붕어빵은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가격 인상 이후 매출이 오히려 감소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력난도 심각합니다. 붕어빵 장사는 하루 10시간 이상 불 앞에서 서 있어야 하는 강도 높은 노동입니다. 한 노점주는 “예전엔 알바라도 구했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들은 이런 일 안 하려 해서 혼자 다 한다”며 “체력적으로 버티기 힘들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붕어빵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노동집약적 생계형 자영업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원가 폭등과 인건비 압박, 자영업 구조의 한계
붕어빵 가격 인상의 근본 원인은 원재료 시장의 글로벌 변동성입니다. 국제 곡물가 상승은 전 세계 식품 산업에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팥·밀가루·식용유와 같은 기초 원자재는 환율과 유가 변동에 민감합니다. 2024~2025년 사이 국제 밀 가격은 톤당 370달러 수준으로, 팬데믹 이전보다 80% 이상 높습니다. 이로 인해 소규모 붕어빵 상인들이 체감하는 재료비 부담은 1.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게다가 정부의 노점상 전기요금 지원이 사라지면서, 일부 상인들은 가정용 계량기 전기요금보다 3배 이상 비싼 산업용 요금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인건비 역시 부담입니다. 최저임금은 2022년 9,160원에서 2025년 10,030원으로 올랐습니다. 노점 특성상 정규직 고용이 어려워 아르바이트생을 단기 채용하는데,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결국 “혼자서 재료 손질, 반죽, 판매까지 모두 해야 하는” 1인 운영 형태가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붕어빵 업계의 또 다른 문제는 비공식 시장 구조입니다. 대부분의 노점이 세금 신고나 사업자 등록 없이 운영되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제도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영세상인들에게 장기적으로 생존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입니다. 특히 거리 정비 정책이 강화되면서 ‘노점 단속’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서울,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는 안전·위생 문제로 인해 노점 허가제가 도입되었지만, 허가를 받기 위한 행정 절차가 까다로워 실제 등록률은 30% 수준에 불과합니다. 결국 합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노점은 일부에 그치며, 대다수 상인은 “생계와 단속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현실”을 호소합니다.
전통 간식 산업의 생존 해법 - 협동화와 브랜드화
붕어빵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개별 노점 단위의 생존 전략을 넘어, 산업적 협력 모델이 필요합니다. 즉, 붕어빵을 단순한 거리 간식이 아닌 ‘지역 기반 소상공인 브랜드’로 전환해야 합니다.
- 협동조합 및 공동구매 시스템 도입
붕어빵 상인들이 공동으로 원재료를 대량 구매하면 원가 절감이 가능합니다. 현재 일부 지역(부산, 대구 등)에서는 ‘붕어빵 상인 협의체’를 구성해 팥·밀가루를 공동 구매하는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면 재료비를 20~25%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 레시피 표준화와 품질 차별화
전통 붕어빵에 견과류, 크림, 고구마 등 다양한 속재료를 추가하거나, ‘프리미엄 붕어빵’ 형태로 발전시키는 시도도 활발합니다. 이는 단가를 높이더라도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 수익성을 유지하는 전략입니다. 실제로 일부 프랜차이즈형 붕어빵 매장은 ‘팥·슈크림·말차크림’ 3종 세트를 3500원에 판매하며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 청년 창업과 디지털 전환
MZ세대 사이에서는 ‘레트로 감성 간식’으로 붕어빵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SNS 해시태그 #붕어빵 찾기, #겨울간식 은 매년 50만 건 이상 게시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보입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청년 창업자들이 푸드트럭 형태로 진출하거나, 앱 기반 모바일 붕어빵 주문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 지자체와 연계한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
지자체는 붕어빵 노점을 단순한 불법 노점이 아닌 ‘문화 콘텐츠’로 인식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지역 붕어빵 축제’, ‘청소년 창업 체험존’ 등과 연계하면 단순 판매를 넘어 관광 자원화가 가능합니다. 일본의 타이야키(붕어빵) 산업은 이미 이러한 방식으로 ‘도쿄 타이야키 거리’ 등 지역 명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결국, 붕어빵 산업은 소멸의 위기 속에서도 협업과 혁신을 통한 재도약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단순히 저렴한 간식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문화적 자산으로 재해석될 때 비로소 지속성이 생깁니다.
붕어빵은 단순한 겨울철 길거리 음식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서민 경제의 온기, 자영업자의 생계, 지역 문화의 정체성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원재료 상승과 인건비 부담, 제도적 미비로 인해 사라져 가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경제 구조 문제를 반영합니다. 이제는 정부·지자체·소비자 모두가 전통 간식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영업 생태계를 지키는 방향으로 공존의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붕어빵 굽는 연기 속에서 느껴지던 따뜻한 온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