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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 이응다리의 모습

     

    서울은 여전히 인구와 산업이 집중된 도시지만, ‘살기 좋은 도시’를 기준으로 한 최신 경쟁력 평가에서는 지방 도시들이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제26회 세계지식포럼에서 발표된 한국 도시경쟁력 평가는 산업 중심의 기존 틀을 벗어나 정주 환경, 방문 매력, 기업 투자 선호도를 종합적으로 반영했으며, 그 결과 세종, 양주, 화성이 각각 1~3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도시경쟁력 평가 배경, 평가 방식과 기준, 주요 결과, 그리고 향후 과제를 심층적으로 다룹니다.

    1. 도시경쟁력 평가, 왜 달라졌나 (배경)

    우리 사회에서 ‘도시 경쟁력’이라는 개념은 오랫동안 경제적 관점에서 정의되어 왔습니다. 기업이 모이고 산업이 발달하며, 일자리와 인구가 집중되는 곳이 곧 경쟁력 있는 도시라는 인식이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서울은 압도적인 1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국적인 교통망의 중심지이자 수도권 경제의 심장부인 서울은 GDP와 인구 규모에서 다른 도시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위치를 점해 왔습니다.

    그러나 도시의 가치와 매력을 단순히 산업 성장만으로 측정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인구 집중에 따른 주거난, 교통 혼잡, 환경 문제, 삶의 질 저하 등은 경제적 지표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도시의 그림자’였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와 디지털 전환이 확산하면서, 대도시가 아닌 지방 중소도시가 새로운 생활 기반 시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경영학회와 산업정책연구원이 공동 연구한 ‘전국 도시경쟁력 평가’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시도를 했습니다. 단순히 경제 규모나 산업 생산력을 보지 않고, 시민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기업이 어떤 환경에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측정한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정주 경쟁력(삶의 질)’, ‘방문 경쟁력(관광·문화 매력)’, ‘사업 경쟁력(기업 환경)’이라는 세 가지 축을 설정했습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의 도시 경쟁력 평가는 산업적 성과 중심이었기에 서울이 당연히 상위권을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이번 평가는 도시의 삶의 터전, 방문 목적지, 경제 활동의 무대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재해석했기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2. 평가 방식과 기준 (KOSIS 데이터 기반)

    이번 도시경쟁력 평가는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습니다. 산업 지표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환경적 데이터를 분석하여 도시를 입체적으로 조망한 것입니다.

    연구진은 도시를 평가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 경쟁력 항목을 설정했습니다.

    1. 정주 경쟁력(Livability) – 시민이 살기 좋은 도시인지 여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주거 비용, 교육 환경, 의료 접근성, 치안, 여가 시설, 환경 지수 등을 종합 평가했습니다.
    2. 방문 경쟁력(Visitability) – 외부인이 방문하고 싶어 하는 도시로서의 매력입니다. 관광 인프라, 문화·예술 시설, 접근성, 숙박·서비스 품질, 지역 축제 및 이벤트 개최 수준이 포함됩니다.
    3. 사업 경쟁력(Business Competitiveness) – 기업이 투자하거나 본사를 두고 싶어 하는 도시로서의 조건입니다. 노동력 공급, 교통·물류망, 기업 지원 제도, 세제 혜택, 산업단지와 혁신 클러스터 등과 연계됩니다.

    또한 이 세 가지 항목을 다시 ‘균형, 성과, 환경, 자원’ 등 네 가지 모형으로 분류하여 세부 지표를 도출했습니다. 즉, 단순히 한두 가지 조건이 좋은 도시가 아니라, 균형 잡힌 발전을 이룬 도시가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도시별 특성을 고려한 정량·정성적 평가를 병행했습니다. 예컨대 대규모 인구를 수용하는 능력은 서울의 강점이지만, 시민들의 생활만족도와 주거 안정성에서는 오히려 약점이 드러났습니다. 반대로 중소도시는 절대적 경제 규모는 작지만, 정주 만족도와 환경, 접근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순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3. 주요 결과 : 세종·양주·화성 상위권, 서울은 10위 밖으로 (결과)

    평가 결과 가장 주목을 받은 도시는 세종시였습니다. 세종은 행정 중심복합도시로 설계 단계부터 주거와 행정, 환경의 조화를 목표로 했던 만큼 정주 경쟁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교통망이 개선되고, 교육·복지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갖춰지면서 ‘살기 좋은 도시’로 꼽혔습니다.

    2위는 경기 양주시였다. 수도권에 속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비와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양주는 최근 대규모 신도시 개발과 교통 인프라 확충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과밀 문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3위는 경기 화성시였습니다. 화성은 산업단지와 기업 유치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을 뿐 아니라, 서해안권 개발과 친환경 도시 정책으로 정주·환경 지표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대기업 본사와 연구소, 첨단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사업 경쟁력 또한 전국 상위권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서울은 10위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서울은 여전히 압도적인 경제 활동 중심지임에도 불구하고 주거비 부담, 교통 체증, 환경 문제, 낮은 생활만족도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정주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는 ‘살고 싶은 도시’와 ‘일해야 하는 도시’ 사이의 괴리를 잘 보여줍니다.

    상위 10위권에는 세종, 양주, 화성 외에도 수원, 천안, 전주, 창원, 청주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특히 충청권과 경기권 도시들의 약진이 두드러졌습니다. 이는 교통망 발달과 신도시 개발, 공공기관 분산 정책의 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4. 주민·전문가 반응과 의미 (분석)

    이번 결과는 단순히 순위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한국 도시 발전 방향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먼저 주민들은 “서울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세종 시민들은 “실제로 살기 좋은 환경이 평가에서 인정받아 기쁘다”라고 말했고, 지방 도시 거주자들도 “서울 쏠림 현상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평가가 균형발전 논의에 새로운 근거를 제공한다고 분석합니다. 그동안 국토 정책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실제 거주 만족도나 도시 경쟁력 데이터는 부족했습니다. 이번 평가를 통해 지방 도시들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단기 지표 개선에 따라 순위가 변동될 수 있는 만큼, 평가 결과를 절대화하기보다 장기적 정책 방향성을 설정하는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서울의 순위 하락을 단순히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도시가 지닌 구조적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합니다.

    5. 향후 과제와 전망 (정책 제언)

    도시경쟁력 평가 결과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를 던집니다.

    첫째, 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번 평가에서 드러난 지방 도시들의 강점은 정주 환경과 환경적 요인입니다. 이를 유지·발전시키면서 산업적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 요구됩니다.

    둘째, 서울의 과밀 문제 해결이 시급합니다. 주거비, 교통, 환경 등 정주 경쟁력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서울은 앞으로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대대적 정책 전환이 필요합니다. 공공주택 공급 확대, 대중교통망 개선, 녹지 공간 확충 등이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셋째,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가 중요합니다. 도시경쟁력 평가는 KOSIS 데이터를 활용해 객관적으로 산출되었지만, 이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는 더욱 세밀한 데이터 관리와 분석이 필요합니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이 병행될 때 실질적 성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넷째, 시민 참여 확대가 필요합니다. 도시경쟁력은 행정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과 경험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정기적인 시민 만족도 조사와 참여형 정책 기획이 뒷받침되어야 평가 결과가 지속성과 신뢰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제 경쟁력과의 연계도 과제입니다. 이번 평가는 국내 85개 도시를 대상으로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도시들이 아시아와 세계 무대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도시 경쟁력 평가와 국내 데이터를 접목할 때, 한국 도시의 발전 전략은 더욱 입체적으로 설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은 여전히 경제적 중심지지만, ‘살고 싶은 도시’라는 새로운 기준에서는 지방 도시들이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세종, 양주, 화성의 상위권 진입은 지방 분권과 균형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이는 한국 사회의 도시 발전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도시 경쟁력은 단순한 경제 규모가 아니라, 시민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기업과 방문객이 얼마나 매력을 느끼는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이번 평가 결과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한국 도시 정책과 균형 발전 전략의 중요한 이정표로 활용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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